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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옆에 있어도 괜찮아.
너 같은 사람이 돼도 괜찮아."
처음 읽은 장편 SF소설이다.
에세이를 즐겨 읽었지 소설을 즐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책을 편식하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책 한권과 에세이 한권을 사기 위해 다음 날 서점에 다녀왔다.
돈 없는 백수인데다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없는 돈 긁어모아 책 두권을 샀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후자의 책이 나의 첫 단편SF소설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으로 SF에 입문(?)해 곧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돌이킬 수 있는>을 구입했다.
하루 열장 정도만 읽던게 뒤로 갈 수록 하루종일 책을 붙잡고 있게 만들었다.
작가님은 정말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불쑥 들었다.
신입 수사관 윤서리가 암살작전에 투입되고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운서리의 흔들림없는 단단함에 신기했다.
사회초년생에게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함을 윤서리가 가지고 있었다.
윤서리가 누구 앞에서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소설의 제목이 왜 <돌이킬 수 있는>인건지 이야기 속에서 확인하고
한동안 얼이 빠져있었다.
여운이 크게 남았다. 이유없이 먹먹했다. 싱크홀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아무도 느껴보지 못했을 외로움과 살아나기 위한 노력, 차라리 죽고 싶었을 마음. 땅으로 올라오자마자 수고했다는 박수가 아닌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총알들을 봐야하는 그 마음. 그리고 윤서리와 정여준의 관계. 두사람이 서로에게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단지 정여준이 좋은 사람이라서 윤서리는 그 시간을 공들였던 것일까. 정여준은 어떤 감정이기에 윤서리의 그 시간들은 견뎌내는 걸까. 두사람의 관계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책 한권으로 나를 SF의 늪으로 끌어당겼다.
누군가 SF소설을 추천해달라 말한다면 주저 않고 이 소설을 추천할 것이다.
—
시간이 지나도 문득문득 책이 생각나 또 읽어보았다. 처음엔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완벽히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읽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한번 읽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꼭 두번 세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SF소설 이야기를 할때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할 정도다.
몇번을 읽어도 처음 읽을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다시 느껴진다. 그러니 여러번 읽어보기를.
문목하 작가님의 후속작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몇년이 지나도 이 책은 내게 언제나 최고일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의 후속작들을 기다림 끝에 읽을 수 있다는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무수히 많은 책을 내신 작가님이 아니라 앞으로의 작가님의 책들을 속도 맞춰 읽을 수 있다는게 행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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